2026 양양 강변 전국마라톤 후기 – 첫 하프마라톤 도전기

대회명 : 2026 양양 강변 전국마라톤대회 YRUN
대회 날짜 : 2026. 9. 12 토요일
장소 :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동해바다
날씨 : 섭씨 16~25도. 구름 많음

러닝 초보의 첫 하프마라톤 도전기

작년 여름 러닝을 시작, 가을 춘천연합마라톤 10km 레이스를 완주했습니다. 재미있었지만 10km는 생각보다 금방 끝나 아쉬운 느낌도 있었죠. 그리고 나도 내년엔 하프마라톤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6년이 시작되고 다짜고짜 봄과 가을, 각각 하나씩 하프마라톤 대회를 신청합니다.

항상 욕심이 화를 부르죠. 조금 더 빠르게 달리고 싶어 인터벌 트레이닝을 시작했다가 한 달 만에 무릎 부상이 왔습니다. 러닝은 잠정 중단, 5월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한동안 사이클링 트레이닝에만 집중했습니다. 6월에 개인적으로 중요한 설악그란폰도 (자전거 대회)가 예정되어 있었거든요.

신기하게도 자전거를 탈 때는 무릎 통증이 금방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러닝은 하지 못하더라도 체력은 유지할 수 있었죠. 하지만 러닝은 여전히 하기 어려웠고, 복귀 시점은 계속 늦어졌습니다. 이러다 가을 하프마라톤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있었죠.

러닝 복귀, 하프마라톤 준비

6월, 설악그란폰도가 끝났습니다. 정말 많은 준비를 하고 목표도 있었는데 하필 대회 당일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결국 단축 코스로 진행되어 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우중 설악이라는 잊지 못할 경험은 남겼지만요.

큰 행사가 끝났으니 이제 다시 가을 하프마라톤에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기 시작합니다. 7월 초가 되면서 무릎이 많이 회복된 것 같아 다시 달릴 수 있을지 확인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재활한다는 생각으로 3~4km 정도의 짧은 거리를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의 낮은 강도로 달렸습니다. 이후 무릎 상태를 살펴보면서 아주 조금씩 거리를 늘렸습니다. 다시 다치지 않도록 욕심내지 않기…

8월 초, 다시 10km를 달릴 수 있었습니다. 러닝에 복귀한 지 딱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부상 전에도 빠르지 않았지만 그정도의 속도를 내기도 어려웠습니다. 심박은 낮지만 다시 무릎이 아파질까 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이 정도면 9월 대회에서 천천히 달린다면 완주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회를 일주일 남겨두고 마지막으로 거리를 15km까지 늘려봤습니다. 평균 페이스는 정확히 7분/km 정도.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 페이스도 꽤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조금만 강도 올리려 하면 신호가 오더라고요. 그러지 말라고… 더 무리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회 전에 한 번이라도 20km 정도를 달려보면 좋았겠지만,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뿐이었고 굳이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습니다.

남은 일주일의 목표는 훈련이 아니라 완전한 회복과 좋은 컨디션 만들기였습니다.

드디어 대회 당일 – 새벽이 밝았습니다

드디어 2026 양양 강변 전국마라톤, YRUN 당일.

셔틀버스가 새벽 6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합니다.

버스 승차장인 잠실종합운동장에 도착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로 간단히 배를 채운 뒤 버스를 찾으러 갔는데, YRUN 셔틀버스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날 다른 행사도 있었는지 주변에 다른 버스들까지 잔뜩 서 있더군요. 제가 타야 할 버스를 찾아 새벽부터 여기저기 다니며 헤맸습니다.

드디어 버스를 찾아 올라탔고, 양양 대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푹~ 숙면을 취했죠. (사실 목이 아파 몇번 깼지만…)

약 2시간 20분 정도 걸려 양양 도착. 우선 또다시 편의점으로 가서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요기하고 스타트 한시간 전 파워젤 하나를 미리 먹습니다. 파워젤 하나는 달리면서 먹으려고 주머니에 챙겼습니다.

대회장에 들어서다

대회장인 양양 남대천체육공원으로 들어갑니다. 생각보다 날이 차갑네요.
러닝복을 안에 입고 왔기 때문에 겉에 입은 옷만 벗으면 되는데, 쌀쌀해서 벗기가 망설여지네요.

번호표를 달고 물품을 맡긴 뒤 행사장 무대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래도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쌀쌀한 느낌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달리기에는 딱 좋은 날씨가 됐습니다.

출발전 준비운동, 댄스 타임.
열심히 따라 해보지만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것 같이 따로 놉니다. 삐걱 삐걱…

하프코스 참가자부터 스타트 라인으로 인솔합니다.
저도 사람들을 따라 스타트 라인으로 이동하며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코스

2026 양양 강변 전국마라톤 하프코스는 양양 남대천체육공원 뒤 양양웰컴센터 앞에서 출발합니다.

남대천 북쪽을 따라 3~4km 정도 달리고, 낙산대교를 넘어 동해안 국도를 달리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남대천 남쪽을 따라 출발지로 돌아오는 총 21.0975km 코스입니다.

약 7~8km 지점부터 제법 긴 오르막 두 개가 나옵니다. 반환점을 돌면 왕복 코스이니 결국 네 번의 오르막을 넘어야 하네요.

목표는?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최대한 조심스럽게 몸을 끌어올렸습니다.

마지막 14~15km 러닝에서 평균 7분/km 정도가 현재 제 한계에 가까운 페이스로 느껴졌습니다.

처음 러닝에 복귀했을 때는 부상 없이 완주만 하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래도 대회 직전 15km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으니 기록 목표도 하나 정해봤습니다.

15km 테스트에서 나온 7분/km를 기준으로 2시간 30분 이내 완주를 최종 목표로 잡았습니다.

Half, Go!!!

드디어 출발!

양양 남대천 북쪽 길인 일출로를 따라 낙산대교까지 약 3.5km를 달립니다. 여기에서 낙산대교를 넘어 해안도로인 선사유적로로 들어갑니다.

아직은 시원합니다. 시계를 보니 여기까지 6분 초반/km 페이스로 달리고 있습니다. 대회 분위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많은 사람들과 달리니 러닝에도 드래프팅 효과가 있는걸까요? 가볍게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빠르네요.

5km 지점

5km 지점을 통과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쌩쌩하네요. 페이스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6분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덥지도 않고 몸도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달리다 보니 공룡 옷을 입고 뛰는 러너도 보입니다. 한동안 자전거 그란폰도 대회 많이 나갔었는데 자주 보던 벌꿀옷 입은 분이 떠오르네요.

6~7km 정도 지날때 였을까요? 반대편에서 대회 차량이 요란하게 코스를 정리하며 오고 있습니다. 벌써 선두 주자가 반환점을 돌아 여기까지 왔네요. 저보다 대략 6km 정도 앞서 있다는 얘기니 단순하게 계산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빠른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차이가 나면 ‘와, 잘 달린다’ 정도가 아니라 그냥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첫 번째 오르막

7km 정도를 지나자마자 네 개의 오르막 중 첫 번째 긴 오르막이 나타납니다. 경사 자체는 쎄지 않은것 같은데 꽤 길게 느껴지네요. 심박수가 오르며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9km 정도를 지나니 두 번째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정상에 올라서니 시원한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멋진 바다가 보입니다. 평소 같으면 바다가 나타나면 멋진 경치를 보며 행복해 할텐데 그 멋진 광경이 눈에 잘 안들어오네요. 여기저기서 신음소리만 들립니다.

반환점

드디어 반환점입니다. 10km가 조금 안 되는 지점인데 아직까지도 페이스가 유지 되고 있습니다. 급수대가 나오기 전 파워젤 하나를 까먹습니다.

반환점을 돌자마자 방금 내려왔던 내리막길을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오르막….
이렇게 왕복으로 네 개의 오르막을 모두 넘고 나니 대략 12km 정도 달렸네요.
이제 남은 구간은 거의 평지입니다.

오르막을 올라갈 때마다 심박수는 점점 높아져 피크치 근처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래도 걷거나 쉬지 않고 페이스는 거의 그대로 유지. 평소 자전거로 업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익숙해서 그런지 조금은 도움이 되는것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 오르막을 넘어서고 계속 달리다 보니 앞쪽에 2시간 10분 페이스메이커 분들이 보입니다.
한번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슬슬 고통이 찾아오는데…

15km 정도를 지나니 다시 낙산대교가 보입니다. 돌아오는 길은 낙산대교를 넘지 않고 왼쪽으로 빠져 남대천 남쪽 길을 따라 달립니다. 여기까지는 오늘 따라 신기할 정도로 편하게 달렸습니다. 연습할때는 그렇게 힘들더니…

그러나 16km 정도를 지나니 슬슬 신호가 오기 시작합니다. 이제 조금씩 고통스럽기 시작하네요.

17km 부터는 새로운 경험이 시작 됩니다. 지금까지 뛰어본 가장 긴 거리가 17km 였거든요. 19km 정도를 지나자 정말 너무 힘들다는 느낌이 듭니다. 두번째 고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불과 2km 정도 남았는데 남은 거리가 갑자기 엄청나게 길게 느껴집니다.

피니시!

양양대교를 넘어 남은거리 500m. 너무 힘들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있는 힘을 쥐어짜 봅니다. 저 멀리 결승점이 보입니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 봅니다.

드디어 피니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자마자 리커버리고 뭐고 바로 걷습니다. 드디어 끝났네요.

레이스는 끝났고…

다시 대회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완주 메달과 완주 기념품을 주네요. 간식거리와 함께 1kg 쌀 한 봉지를 줍니다.

그리고 기념 사진! 남는 건 사진뿐!

빠르지 않지만 그래도 첫 하프마라톤이니 기념으로 메달 각인도 했습니다.
잠시 앉아서 쉬며 받은 간식을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간식으로는 배가 안채워지네요.

물품보관소에서 짐을 찾아 옷도 갈아입고 대회장 건너편에 있는 양양시장으로 가봅니다.
우선 집에 가져갈 닭강정을 하나 사들고, 장칼국수로 배를 채웁니다.

그리고 다시 셔틀버스에 올라….잠에 빠져 피로를 풉니다. 셔틀 버스가 있으니 이게 참 좋네요. 운전해 갔으면 복귀길이 고달팠을 텐데…

기록과 마무리

저의 첫 하프마라톤 기록은 2시간 9분 51초였습니다.
목표 시간보다 20분이나 빨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입니다. 평균심박을 보니 심폐를 좀더 밀어붙여도 되었을 수 있지만 문제는 무릎이었기 때문에 더 무리했으면 무릎이 나갔을지도…

연습할 때는 10km 이상을 달리면 계속 6분 후반~7분 초반/km 정도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사실 2시간 30분도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 대회에서는 초반부터 6분 초반/km 페이스가 나와도 마지막까지 페이스가 크게 무너지지 않네요.

날씨가 좋아서였을까요? 아니면 역시 대회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무엇보다 다행이었던 것은 가장 걱정했던 무릎도 끝까지 잘 버텨줬다는 점입니다. 무릎이 못 버티면 걸을 생각까지 했었는데 다행이네요.

코스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남대천에서 시작해 낙산대교를 지나 동해바다까지 풍경이 계속 바뀌다 보니 21km 를 달리면서도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평소때는 정말 지루함과의 싸움인데…

물론 네 번의 오르막과 마지막 5km 정도는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첫 하프마라톤을 기분 좋게 마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프를 뛰어보니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풀마라톤은 역시 제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

몸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하프마라톤에 도전해 보고 싶네요.

by Simon

위로 스크롤